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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한물갔다'는 편견 깨고 북미에서 대박난 한국 게임
2018 . 05 . 29

롤더볼·워드쿠키즈 만든 퍼즐게임 명가
광고 회사로 시작, 100여번의 실패 끝에 성공
"히트작으로만 먹고사는 회사 되지 않겠다"

게임 회사에는 특근과 야근이 많다는 인식이 있다. ‘구로의 등대’, ‘판교의 불기둥’이라는 별명을 가진 게임 회사들도 있다. 밤늦게까지 일하느라 사무실 불이 꺼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게임 업계에서 비트망고는 이단아 같은 존재다. 근무 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다. 이 회사 직원들은 좀처럼 야근을 하지 않는다. 반복해서 야근을 하면 이기섭(49) 대표와 면담을 해야 한다.

비트망고는 퍼즐·낱말 게임 전문 회사다. 이 대표는 “퍼즐 같은 캐주얼 게임은 단순해야 한다”며 “야근을 한다는 건 지나치게 생각이 많다는 뜻”이라 했다. 이어 “잘하고 싶은 욕심에 이것저것 기능을 늘리다 보면 핵심을 놓치고 재미없는 게임을 만들게 된다”고 했다.

국내에선 게임 속 캐릭터가 유저를 대신하는 역할 수행 게임 ‘RPG(role playing game)’가 대세다. ‘한물간 퍼즐게임을 누가 하나’ 우습게 볼 수 없다. 2014년 내놓은 퍼즐게임 롤더볼은 지금까지 전세계 누적 다운로드 수 1억 7000만건을 기록했다. 낱말 게임 워드 쿠키즈는 2017년 앱스토어에서 가장 많이 다운로드한 게임 앱으로 뽑혔다. 이외에 순항 중인 20여개 게임까지 다운로드 수를 더하면 18억건이 넘는다. 2016년 창업 5년 만에 손익분기점을 넘었다. 직원 수는 86명, 2017년 매출액은 1300억원이다. 북미에서 매출의 50~60%가 난다. 박진감이나 복잡한 기술 없이도 세계 시장에서 통한 것이다.

판교에 있는 비트망고 사무실에서 만난 이기섭 대표. 연세대 전산과학과 88학번이다. 1994년 카이스트에서 전산학 석사를 따고 삼성전자에 입사해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jobsN

이 대표는 원래 데이터 전문가였다. 1997년 데이터웨이브를 창업했다. 시스템을 개발하고 유지 보수하는 SI사업과 광고솔루션 사업을 하다 2011년 게임으로 눈을 돌렸다. 당시 이 대표를 비롯한 30여명 직원 모두 게임에 관심이 없었다. 4년 동안 100개가 넘는 게임을 만들었지만 대부분 망했다. 끈질긴 노력 끝에 퍼즐·워드게임 명가로 태어났다. 게임 초짜가 북미를 주름잡는 게임을 만들 수 있었던 비결을 들었다.

◇초짜 게임회사의 고군분투기

비트망고는 2011년 데이터웨이브의 자회사로 시작했다. 한때 포털 1위였던 야후가 내리막길을 걸으며 한국에서 철수할 움직임을 보일 때였다. 야후와 밀접한 관계인 온라인 광고 사업을 하고 있던 데이터웨이브는 사업을 다각화할 수밖에 없었다. 모바일 게임에 주목했지만, 회사에 게임 전문가는 아무도 없었다. 이 대표와 직원들은 책을 보고 주경야독했다. 모르는 게 있을 땐 게임회사에 다니는 지인에게 물어 귀동냥으로 깨쳤다.

“배우는 것도 어렵고, 경력자를 모셔오려 해도, 원래 게임회사가 아니었기 때문에 오겠다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어찌어찌해서 ‘동방제국’이라는 게임을 만들긴 했는데 쫄딱 망했습니다.”

야후 대신 다음에서 광고사업을 했다. 여기서 나오는 이익을 게임사업에 투자했다. 매출은 반토막에,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섰다.

수십 개를 시도하다 퍼즐 게임에서 가능성을 봤다. “이름이 브레이크 다이스 스노우 아이스라고, 월 매출이 200만원이 났습니다. 그전에는 몇 만원 정도였는데 처음 백 단위 매출이 났죠. 이후 개발한 ‘플로우 라인’도 한달 매출이 8000만원이 났습니다. 이때부터 퍼즐게임에 집중하기 시작했어요.”

이제 좀 풀리나 싶었지만 착각이었다. 한 미국 게임회사에서 저작권 문제를 지적했다. 플로우 라인의 아이콘과 디자인이 자사의 게임과 비슷하다는 것이었다. 색깔을 다르게 하고 이름을 ‘플로우’에서 ‘드로우’로 바꾸면서 기세 좋던 매출이 풀썩 꺾였다. 이후에 100여개 게임을 내놨지만 90개가 망했다.

게임은 개발에서 끝나지 않고 유저에게 게임을 서비스할 수 있도록 배급하고 마케팅하는 일도 중요하다. 하지만 비트망고는 게임 배급사(퍼블리셔)에 외면당했다. “퍼블리셔에게 퍼즐게임은 매력적이지 않습니다. 큰돈을 벌지 못하기 때문이죠. 게임 배급과 마케팅도 직접 하기로 했습니다.”

실패에 좌절하기 보다 왜 그런지 이유를 찾았다. 데이터를 다루는 회사에서 파생된 회사답게, 데이터에 근거해 실패를 분석했다. 퍼즐 게임은 빨리 만들어 반응을 살펴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퍼즐게임은 3~4명이 두세 달이면 만들 수 있습니다. 일단 간단하게 만들어서 내놓고, 그다음 반응을 살펴 업데이트했습니다. 안되면 과감하게 버렸어요.”

롤더볼 게임 스크린샷. /비트망고 페이스북

◇롤더볼·워드쿠키즈의 성공

2014년 사내 공모를 내 아이디어를 모았다. 전직원이 무기명으로 참여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굴해보자는 취지였다. 이때 나온 게임이 롤더볼이었다. 고객 응대 등 지원 업무를 하는 아르바이트생 2명을 주축으로 5년 경력의 기획자, 10년 경력 프로그래머가 팀을 이뤘다.  

“퀄리티가 좋지 않아서 며칠 후 앱스토어에서 내릴 생각이었어요. 리텐션(게임 재접속 비율) 수치가 별로였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사람들이 다운로드를 많이 하더라고요. 하루 다운로드 수가 10~20만건이었어요. 부랴부랴 그래픽을 다듬고, 20~30개 단계를 추가로 만들어 업데이트했습니다. 그랬더니 일일 다운로드 수가 두 세배 뛰었어요.”  

2014년 말 서비스를 시작한 롤더볼은 2015년 북미와 유럽에서 흥행했다. 단순하고 직관적인 게임 방식과 디자인이 인기를 끌었다. 북미와 유럽 지역 하루 다운로드가 80만건을 넘었다. 지금까지 미국·독일·캐나다 등 70여 국가에서 구글 플레이 퍼즐게임 톱10을 유지하고 있다. 롤더볼에서 확신을 얻은 이 대표는 데이터웨이브를 정리하고 비트망고에 올인했다.

 
워드 쿠키즈 게임 영상 /비트망고 제공

낱말 게임 ‘워드 쿠키즈’도 5~6번의 실패 끝에 얻은 성과였다. 처음으로 낱말 게임에 스토리텔링을 접목했다. “게임 유저가 주부가 돼서, 단어를 맞추고 쿠키도 굽는 방식이에요. 어릴 때 집에서 쿠키를 굽던 미국인들의 향수를 불러일으켰던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회사 내부에서도 한국 사람이 영어 낱말 게임을 제대로 만들 수 있겠냐는 말이 나왔어요. 하지만 워드 쿠키즈가 성공한 이후, 다른 곳에서 유사 낱말 게임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롤더볼과 워드 쿠키즈가 세계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마음 놓고 있을 순 없다. 과거 ‘애니팡’ 같은 게임들도 흥행했다 인기가 시들해졌기 때문이다. 당연히 롤더볼과 워드 쿠키 브로만 먹고 살 수는 없습니다. 실제 다른 게임들도 잘해주고 있어요. 저희는 게임업계 픽사 또는 해즈브로를 꿈꿉니다. 픽사는 매년 한편씩 히트작을 내놓습니다. 토이스토리나 겨울왕국 같은 대작으로만 먹고살지 않습니다. 해즈브로도 대작 트랜스포머에 올인하지 않고 애니메이션과 다른 콘텐츠를 만듭니다. 저희도 ‘한방’에 의존하지 않고 지속 가능한 회사를 만들고 싶습니다.”  

퍼즐·워드 게임의 지속 가능성도 크다. “글로벌로 보면 RPG보다는 퍼즐·워드 같은 캐주얼 게임 시장이 큽니다. 특히 요새는 ‘하이퍼 캐주얼’이 대세입니다. 농구 골대에 농구공을 넣거나, 탑을 쌓는 등 아주 단순해요. 과거에는 밤새우면서 게임을 했다면 요새는 한판 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점점 짧아지고 있습니다. 모바일 게임에서는 특히 그렇습니다.”

비트망고에서 만든 역대 게임 이미지를 이용해 만든 머그컵과 시계. 비트망고에서 만든 모든 게임의 누적 다운로드수는 18억 건이다. /jobsN

◇아무것도 모르는 초짜여도 괜찮다

세계 시장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인재 영입은 쉽지 않다. 몇 년 전만 해도 비트망고를 미국 회사라 생각하는 이들이 많았다. 업계에서조차 알려진 회사가 아니었기에 경력직을 뽑는데 애를 먹었다. 비트망고에는 아르바이트로 시작해 정규직이 된 직원이 12명 있다. 이 대표는 지금도 사람을 뽑을 때 ‘경력’을 중시하지 않는다.

“저희가 게임 사업을 시작할 때 아무도 게임을 아는 사람이 없었어요. 독학으로 게임을 만들었습니다. 경력직을 구할 수가 없으니, 한번 해보겠다는 아르바이트생이 일을 맡았어요. 그랬던 저희가 지금 와서 경력만 따지면 초심을 잃은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재밌는 콘텐츠는 누가 더 많이 해봤다고 잘 만든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도 저희 직원들보다 게임을 모릅니다. 비트망고에선 스스로 찾아서 배우고 해볼 문제해결력이 있는 사람이면 충분합니다.”

회사 근처로 이사한 직원에게는 한달에 30만원씩 1년 동안 정착금을 지원한다. 점심 식대·동호회 활동비도 지원한다. 10년 근속시 100만원과 순금 10돈을 준다.

비트망고만의 이색적인 복지 제도는 "선별적 복지"다. 직원이 회사에서 쓰는 물품은 뭐든지 지원한다. 각자에게 필요한 복지를 주자는 취지다. 직원들이 낸 주차비로 선별적 복지 자금을 마련한다. “황사마스크, 스탠딩 책상, 캐노피 등 제한은 없습니다. 회사 운영 원칙 상 문제가 있더라도, 처음 신청한 사람에게는 무조건 지원합니다. 첫 시도부터 안된다고 생각하지 말자는 회사 분위기를 반영했습니다.”